'하늘에 떠 있는 구름' 2005년, 발렌틴 시도로프(1928~) 캔버스에 유채, 152×186cm러시아 리얼리즘 박물관
'하늘에 떠 있는 구름' 2005년, 발렌틴 시도로프(1928~) 캔버스에 유채, 152×186cm러시아 리얼리즘 박물관

후루시쵸프의 개방정책 후 순수 리얼리즘 풍경화를 지향하는 화가들이 드디어 숨을 쉴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사회주의 리얼리즘에 부합하는 그림만을 그려야 했던 리얼리즘 풍경화 작가들이 자신의 색깔을 드러내는, 혁명 이전의 무드 풍경화의 장점을 잘 살린 그림들을 다시 그려내기 시작했고, 그 선두에 유리 쿠가츠, 발렌티 시도로프, 유리 쿠가츠의 아들인 미하일 쿠가츠 등의 빛나는 활동이 있었다. 그들이 빚어내는 서정적 풍경화는 한 편의 시를 보는 듯 아름답다. 그림 속에 노래가 있고 이야기가 있으며 따뜻한 감성이 흐른다. 전통을 바탕으로 하면서 그것을 뛰어넘는 청출어람의 산물이라 할 수 있다.

현대 러시아 미술협회 회장 발렌틴 시도로프는 디테일의 명장이다. 차분한 색채 속에 평온한 자연이 있다. 그 자연은 바로 작가가 칭하는 ‘나의 조국’이다. 조국 땅의 평범한 소재들을 단순하게 그린다. 즉, 평범한 일상의 풍경을 보여주며 주변이 얼마나 흥미롭고 아름다운지를 인식하게 한다. 1970년대에 이미 러시아 현대 서정 풍경화의 대가 반열에 오른 시도로프는 러시아 미술협회장으로서 러시아 화단에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된다.

극한의 추위가 빚어내는 자연의 아름다움, 그 속에 깃든 영혼의 빛을 작가는 보여준다. 색은 절대 다채롭지 않다. 화려함을 모른다. 어떠한 가식도 없는 색채로 초로의 노인이 생의 마지막에 인생을 돌아보며 눈물짓는 그 마음 같은 느낌이다. 동양의 선仙의 시선과도 유사하다. 여백의 아름다움 속에 휴식할 수 있게 한다. 시도로프는 러시아 최고의 풍경화가로 국민 예술가로 한 시대를 풍미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코로나19라는 파도를 만나 2021년 1월 영면했다.

‘하얀 눈’ 1964년, 발렌틴 시도로프(1928~) 캔버스에 유채, 93×113cm, 트레차코프 미술관.
‘하얀 눈’ 1964년, 발렌틴 시도로프(1928~) 캔버스에 유채, 93×113cm, 트레차코프 미술관.
‘가을날’ 2005년, 발렌틴 시도로프(1928~), 캔버스에 유채, 85×104cm, 베이징 국립박물관.
‘가을날’ 2005년, 발렌틴 시도로프(1928~), 캔버스에 유채, 85×104cm, 베이징 국립박물관.

간결함 속에 힘찬 아름다움을 지닌 시도로프의 풍경화가 있었다면, 한 편의 서정시 같은 아름다움의 결정체 유리 쿠가츠의 풍경화 또한 유명하다. 유리 쿠가츠의 풍경화는 한 편의 시를 읽듯 고요하고 깨끗하다. 색채는 독특하며 조화롭고 풍요롭다. 러시아 리얼리즘 풍경화에 한 획을 그은 작가라 칭송받는다. 작가는 풍경화, 정물화, 초상화 분야에서 두각을 보이며, 러시아 민족 일상의 특징을 명료하고 은유적으로 표현한 장르화를 형성한 것 또한 큰 업적이다.

유리 쿠가츠는 20세기 러시아 리얼리즘을 대표하는 작가로서 살아생전에 큰 영예를 누렸으며, 현재 그 뒤를 발렌틴 시도로프가 잇고 있다.

‘달밤’ 1973년, 유리 쿠가츠(1917~2013) 카드보드에 유채, 70x75cm, 트베리 주 박물관
‘달밤’ 1973년, 유리 쿠가츠(1917~2013) 카드보드에 유채, 70x75cm, 트베리 주 박물관

또 유리 쿠가츠의 화풍을 가장 잘 계승한 작가로는 그의 아들 미하일 쿠가츠가 있다. 현재 러시아 화단에서는 ‘쿠가츠적 표현’이란 말이 서정적 무드 풍경화를 대변하는 하나의 대명사로 쓰일 정도로 쿠가츠 집안의 예술성은 대단한 위치를 차지한다. 유리 쿠가츠의 아들 미하일 쿠가츠 또한 아버지의 재능을 그대로 이어받아 현재 러시아 무드 풍경화를 이끌어가는 수장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그의 그림은 아카데믹한 매력을 가지고 있다. 또한 은은한 색채의 표현과 주제와의 조화가 대단하다. 서론과 본론, 결론이 잘 짜여진 한 편의 소설처럼 그림의 요소요소가 깔끔히 정돈되어 있다. 봄의 생명력을, 여름의 싱그러움을, 가을의 성숙함을, 그리고 추운 날씨지만 흰눈 속의 따뜻한 겨울을 자신만의 색채로 이끌어낸다. 그래서 미하일 쿠가츠의 그림을 보면, 그 풍경 속에서 잠시 쉬고픈 여유로운 마음이 일어나게 되는 것이다.

‘폭풍이 지난 후’ 1996년, 유리 쿠가츠( 1 9 1 7 ~201 3) 캔버스에 유채 1 2 0 x 1 4 0 c m , 툴 라 박물관.
‘폭풍이 지난 후’ 1996년, 유리 쿠가츠( 1 9 1 7 ~201 3) 캔버스에 유채 1 2 0 x 1 4 0 c m , 툴 라 박물관.
‘먼 길’ 2014년, 미하일 쿠가츠(1939~), 카드보드에 유채, 71x 101cm, 개인 소장.
‘먼 길’ 2014년, 미하일 쿠가츠(1939~), 카드보드에 유채, 71x 101cm, 개인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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